도서리뷰

[도서리뷰]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방식)- 이수희

람본이 2018. 5. 23. 11:25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 이수희





요즘 우리나라 사회는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다. 비혼족, 딩크족 등등 이전 핵가족세대에서 이제는 1인가구와 2인가구가 점점 더 많아지는 과도기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전에는 1인가구와 2인가구는 무슨 문제가 있어야 그렇게 사는 것 처럼 말했다. 어쩔 수 없이 혼자살고, 어쩔 수 없이 아이없는 부부가 되어서 사는 것 처럼 사람들은 불쌍한 시선으로 보았다. '아직도 혼자니? 결혼은 해야지', '결혼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이루어야지' 아직도 이런 말들을 시시때때로 듣는 것을 보면 부부와 아이의 조합을 이루지 못하면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요즘 가정을 새로 이루는 젊은 세대들의 의식은 바뀌어가고 있다. 혼자 살아도 괜찮다, 아이 없이 우리 부부 둘만으로도 괜찮다는 것이다. 선을보고 돈을 주고서라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시댁에 시달리면서까지 임신을 해야만하는 시대가 얼마 전이었는데 이렇게 급하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사실 라이프 스타일이 바뀐 것도 있지만 경제력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3포세대, 5포세대 라는 말이 얼마전까지 굉장히 유행처럼 사용되었는데 그 3포, 5포세대가 이제 가정을 이룰 시기가 되었고 저 포기하는 항목에는 결혼이 들어가 있다. 내 처지에 결혼은 무슨, 나 혼자라도 잘살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결혼'이 포기할 수 있는 항목으로 들어서면서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변화 한 것 같다. 이 나이를 넘기기 전에는 무조건 결혼!에서 이제는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로 바뀌다 보니 사람들이 결혼과 가정을 이루는 데 있어서 훨씬 더 자발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이렇게 결혼과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 것이 선택적으로 바뀐 것이 정말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결혼과 가정을 이루는 것은 이 결정으로 여러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억지로 급하게 했다고 해서 쉽게 취소할 수도 없는 일이고 몇십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붙어있어야하는데 이러한 여부를 내가 선택한다는 건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 처럼 기성세대들은 결혼이 '선택'이 아닌 당연한 '의무'이자 삶의 '절차'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부딪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은 그들의 삶대로 존중받아야 하고 내 개인의 삶 또한 내 삶대로 존중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 것 같다. 작가님도 이러한 고충에 대해서 책에 많이 풀어두었다. 사회적 변화로 이제는 결혼을 선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한두명이 아니다. 이러한 1인가구나 딩크족들의 생각도 존중받을 수 있는 날이 얼른 오면 좋겠다.



이수희 작가님은 스무 살에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하자마자 직장인이 되었다. 서른네 살에 결혼했고 곧 첫애를 낳아 키우게 될 줄 알았지만 결국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 문제가 있을까 봐 들른 병원에서는 수치는 정상이지만 ‘난임’이라고 했다. 난임 시술 탓인지 갑자기 건강이 나빠졌고, 출근길에 식은땀과 코피가 멈추지 않아 주저앉기를 여러 번,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내고 몇 달 동안 집에 있었다. 그 후로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는 생기지 않아서 남편과 오랜 시간 상의한 끝에 결심했다고 한다. “아이 없이 살자.” 아이 없는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과거에 큰 무게를 두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퇴사 이후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어느 날 남편이 대뜸 “의미 없는 일을 해 봐. 그냥 놀아 봐”라고 제안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덕분에 자연스레 ‘어떻게 살지? 어떤 삶이 행복한 거지?’라는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럭저럭 아끼면서, 답답할 땐 가까운 친구들과 차 한잔하면서 즐기며 살고 계신다고 한다. 작가님은 처음에는 아이를 원하시고 노력을 하시다가 없이 사는 것으로 결정을 하셨다. 부제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방식인데 아이가 없든 있든 '나'를 사랑하는 방식을 찾아서 즐기면서 나도 살아야겠다.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속 구절]

일상생활에서 내 호칭은 어느덧 '어머님'으로 바뀌었다. 병원에 가든 슈퍼마켓에 가든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든, 일상에서 가장 자주 듣는 호칭은 어머님이었다. 

"어머님, 도와드릴까요?" 

"어머님, 이거 아시죠? 애들도 잘 먹어요." 

"이 정도 공간은 있어야 애들이 뛰놀죠, 어머님." 

심지어 이웃 사이에도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누구 엄마'로 불러 달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그녀들의 한 부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름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늘 '** 엄마'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상황은 이상했다.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는데도 **엄마라고 불린다는 구절은 너무 웃기면서도 슬프다. 그리고 중년의 나이가 되면 당연히 호칭이 어머님이 되는 것도 너무 당연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내가 아이가 없는데 어머님이라고 불리게 되면 굉장히 불편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위급한 상황을 겨우 넘기고 눈을 뜨셨는데, 형제 중에서 맨 먼저 저를 찾으셨어요. 제 손을 꼭 잡으시더니 이름을 부르면서 '결혼했으면 아이를 낳아라' 이러셨어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벌써 말씀드렸고, 부모님도 알겠다며 별 말씀 없어서 괜찮으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위중한 상황에서 저더러 아이를 꼭 낳으라고 말씀하실 정도니 얼마나 마음속 깊이 그 이야기를 묻어 두고 계셨을까요? 그렇지만 제가 '아빠, 우리 잘 살고 있고, 아이 없어도 행복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그날 집에 와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위급한 와중에 저렇게 말했으면 평소에도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을 것인데 이것을 알게되니 자식의 마음은 찢어 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자발적인 선택을 꺾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모님이 원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이라던지 의견차이에서 조율을 잘 해나갈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쉽지않다는게 큰 문제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 등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오랜 시간 맺어 온 관계가 때로 중요한 자산이 되고,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함께해 온 시간의 가치는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우리라. 그런데 '아이 없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관계가 하나씩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서 30대 여성들 간의 대화는 결혼·임신·출산의 비중이 높고, 나이를 더할수록 육아 관련 사항이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아이 없는 여성은 점점 대화에서 밀려난다

이말은 자주 들었던 것 같다. 특히 30대에 접어들면 미혼의 친구와 기혼의 친구들이 점점 나뉜다고 한다. 아무래도 만날 수 있는 여건이라던지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던지 대화 주제가 너무 달라지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게 되면 온통 생활이 육아로 가득차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을 쓰기가 쉽지않고 미혼인 사람은 그 것에 모두 동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고 한다. 




"억지로 비교하자면 나만 혼자 대학을 못 간 느낌? 대입 합격자 발표 시기가 되면 교실에 모여 있던 친구들이 합격 소식과 함께 하나둘씩 사라져요. 합격한 아이들은 놀러 가죠. 학교에 나오지 않아요. 내 점수가 그 친구보다 못하지 않은데 어느 대학이냐, 어느 학과냐에 따라서 당락이 바뀌죠. 시험을 잘 친 것과 대학을 가는 건 별개더라고요. 아이에 대해서도 비슷해요. 노력과는 별개인 면이 있어요. 저는 마지막까지 교실을 나가지 못한 학생 같은 심정이에요." 

위의 구절과 일맥상통한다. 나만 따로 노는 느낌. 하지만 이제는 점점 더 싱글비중이나 아이를 낳지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힘듦은 앞으로 좀 덜할 것 같기도 하다.





결혼을 하면 출산은 '의무'다. "애 안 낳을 거면 왜 결혼했느냐" "사회에 기여해라" "출산은 애국이다"라는 말을 지겹도록 듣는다. 게다가 (뒤에서 다루겠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어 집에 있는 전업주부의 경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제3자에게서 "애도 없는데 일 안 하고 뭐 하냐"는 비난을 듣기까지 한다. 이러한 말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전투 모드나 대인 관계 기피 모드를 선택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 "왜 아이를 안 낳아요? 무슨 문제 있어요?"라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물어 오는 사람에게 "무슨 생각으로 애를 낳았어요?" "어떻게 키우려고 낳았어요?"라고 되받아치고 싶은 욕구가 치민다.

사람들이 무심코 한말이 한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들은 아무생각없이 평소에 자신기 가지고 있던 선입견으로 말한 것이지만 그 말로 몇일동안이나 고민하고 힘들어 할 수 있다. 말은 정말 조심해야한다. 그리고 사연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면서 그 모습만 보고 말하는 것은 폭언이 될 수 있다. 자신들이 했다고 다른 사람도 무조건 해야하는 것으로 치부하면서 말하는 것은 정말 지양해야할 태도이다.



날카로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마음 씀씀이가 예쁜 그녀는 누가 봐도 한참은 어려 보이고, 결혼과도 아직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벌써 결혼 5년 차, 개구쟁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시간과 매일 저녁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 흔히 말하는 '딩펫족'(DINK pet族 : 아이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 같기도 하다.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이 대신' 이 개를 키우는 거 아니냐고. 아니에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서 강아지를 입양한 거죠. 아이를 원했다면 임신했을 거예요." 

간단한 답이었다. 그녀는 반려견을 '아이 대신'으로 원하지 않았다. 반려견을 돌보는 다정함이라면 아이도 충분히 잘 돌볼 수 있을 듯한데,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한다.

모든 것은 선택이다. 남의 선택을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그래서 그렇게 했을거야!하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사자에게 저렇게 물어보는 것은 정말 큰 실례가 될 수 있다. 나의 자발적인 선택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쩔수 없이 대안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너무 속상한 일이 된다. 




아이 없는 삶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밀려오는 두려움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우리는 부부 둘이서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선배'를 보지 못했다. 우리보다 앞선 세대의 아이 없는 삶은 지금보다 훨씬 고되고 외로웠을 것이다. 부부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몹시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시선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한다. 끝내 드러나지를 않으니 주변에서 인생을 행복하게 즐기는 이들을 본 적이 없고, 본 적이 없으니 이 삶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누군가 둘도 괜찮다고, 이 삶도 나쁘지 않다고 보여 주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걸을 수 있을 텐데….

아직은 아이없는 사람들의 삶이 많지는 않지만 이제부터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다른 사람들이 이전에 하지않던 삶의 패턴이라고 해도 어차피 내가 선택해서 잘 살아가면 그만이다. 나도 앞으로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어떠한 선택이든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