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대해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정직하게 쓰는 일이기도 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무라카미하루키의 에세이를 사랑한다.

소설가라고 하면 예술적인 모습으로 사상 속에 잠겨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무라카미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재치도 뛰어나고 그의 지식력에 감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지식을 작가의 감성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정말 별 것 아닌 주제지만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가 가장 대표적인 유쾌한 에세이다. 그의 에세이 시리즈를 쭉 보다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이어서 읽었다.

다른 에세이를 읽으면서 무라카미하루키가 마라톤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니 훨씬 더 대단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자유로운 삶을 살 것이라고 혼자 마음대로 생각했지만 무라카미하루키는 굉장히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작업을 집필하는 것도, 달리기를 연습하는 것도 정해진 규칙적인 시간에 항상 매일매일 빼지않고 하는 것이다. 취침시간도 규칙적일 정도로 자신의 룰을 계속해서 지켜서 오랫동안 유지를 해오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특히 자타공인 엄청난 업적의 작가인데도 초심을 변치 않고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않고 지킨다는 것은 정말 대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했다.

내가 그정도의 자리에 올라간다면 더 나태해지고 자만해질 것 같은데 그 자리에서도 변하지 않고 굳건히 자신의 루틴을 유지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니 반성이 많이 되었다.





서머싯 몸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 계속하다 보면 나름의 철학이 생긴다는 것인 것 같다. 하루키의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마라톤 풀코스를 25회나 완주한 하루키에게 '달리기'란 삶이 되고 철학이 되어버린 것이다. 60세의 나이가 되어도 멈추지 않는 열정은 정말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자신이 달리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쓴 소설의 성향이 많이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달리는 소설가 하루키에게 있어 '달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책에서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달리기를 할 때의 자신의 자세와 환경 느껴지는 감각들을 서술하는 부분은 내가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했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겠지만 대가들은 항상 자신만의 룰을 지켜나가는 것 같다. 자신의 원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다보면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내공이 쌓이고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나는 정말 한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지를 못한다.

하지면 요즘에 단 한가지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이 블로그이다.

무라카미하루키처럼 시간을 정해서 계속 같은 시간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장족의 발전인 것 같다.

이렇게 발자취를 남겨서라도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나도 하루키같은 단단함이 생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다.




“나는 올겨울 세계의 어딘가에서 또 한 번 마라톤 풀코스 레이스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여름에는 또 어딘가에서 트라이애슬론 레이스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계절이 순환하고 해가 바뀌어간다. 나는 또 한 살을 먹고 아마도 또 하나의 소설을 써가게 될 것이다." p.257~258


그의 이러한 지속은 나에게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덤덤하지만 대단한 관성을 잊지말고 나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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